요즈음의 나의 특권은 원하면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언제 미사를 가느냐 이다. 아침 미사에 가려면 7시 한국 성당 미사가 있고 동네 미국 성당에 간다면 9시도 있다. 12시에 미사를 하는 미국 성당도 집 근처에 두 군데나 있고 월요일이 아니면 저녁 8시 반에도 미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것이 내 생활에서 내가 누리는 호화로움이랄 수도 있다.

 

오늘은 모처럼 밤 기온도 시원하여 아침의 잠이 더 곤하고 달았다. 알람이 6 20분을 알렸지만 일어나면서 오늘은 낮 12시미사를 가리라하는 결정을 내리는데 10초도 안 걸렸다. 그리고 다시 누웠다.

 

12 St. Avellino 성당에 갔다. 주변데 파킹 자리도 넉넉해서 나무 그늘에 주차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큰 성당 안에는 미사온 사람은 여러 민족 다 합해서 30명이나 될까? 여기저기 띄엄띄엄 있다. 나는 5분 전에 갔는데 시계를 안 보아도 종탑의 뗑~~ 소리가 나면 그게 미사가 시작하는 종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정작 미사는 시작하지 않았다. 꼭 시간을 지키는데 웬일일까?

 

나이든 처음 보는 신부님께서 장백의에 영대만 하고 나오시는데 제대로 가시는 게 아니라 계단을 내려오셔서 어느 젊은 남녀에게 가셔서 작은 소리로 잠시 말씀을 하시더니 회중의 향해 이 젊은 남녀가 오늘 미사 중에 혼인 예식(서약)을 한다고 하시니 누군가가 박수를 치기 시작해서 작은 박수 소리가 퍼져나왔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설익은 박수를 몇 번 쳤다. 12 5분에 미사가 시작했다. 오늘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이라서 백색 제의를 입으셨다. 그런데 축일미사로 안 하시고 그냥 평일 미사로 하셨다.

 

미국 성당 평일 미사는 성가가 하나도 없다. 오늘은 독서자도 없어서 신부님이 한번 둘러보시더니 당신께서 독서와 화답송을 다 하셨다. 강론을 짧게 하시고는 두 남녀를 나오게 하여 마주 보고 서게 하신 후 서약을 하게 하셨다. ㅁㅁ는 다른 사람의 강압 없이 자유의사로 ㅂㅂ와 결혼할 것을 선택했는가?라는 문구 말이다. 두 남녀, 제시카와 리챠드,는 신부님이 읽으시는 “—===를 남편/아내로 맞아들여 기쁠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에 둘 다 각각 대답하고, 신부님께서 경문을 보여 주시며, 각각에게 서약문을 읽으라고 하셨다. 마이크도 없어서 잘 안 들렸다.  그리고 두 남녀는 손에 이미 끼고 온 반지를 성수도 없이 강복을 받고 부부가 되었음을 키스로 마무리했다. 신부님은 두 사람을 위한 어떤 덕담이나 권고의 말씀도 없었다. 그리고 미사가 계속되고 1225분에 미사가 끝났다.

 

너무 초고속으로 혼인식이 끝나서 내게 분심이 들었다.  양가 부모도 친구도 하나도 없었다. 결혼이 둘이서 사는 거라지만 이런 결혼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보던 결혼식이었다.  둘이 eloping하는 건가? 옷도 평상시 입던 그런 옷같아 보였다. 제시카는 크림색 원피스에 한 15센티정도는 되는 아주 높은 하이스트 힐을 신고 있었다. 리챠드는 단정하게 하지만 적당히 구겨진 셔츠에 탠 바지를 입었다. 둘 다 옷에 신경을 쓴 것 같지 않았다.

 

소설에서 이런 결혼식을 볼 때 꽤 낭만적이라고 여겨졌다. 얼마 전 지구 울뜨레야에서 베이사이드 성당에서 코미디로 각색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렸다.  그때도 이미 다 아는 줄거리이고 그 공연 자체가 코미디여서 극 속의 결혼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의 이 결혼식은 내게 걱정거리를 안겨 주었다. 이렇게 준비없이 한 결혼이 얼마나 갈까?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는 모르나 내게는 준비가 없이 서둘러 해 치우는 결혼식 같았다. 혼인 공시는 했는지미국 성당에도 혼배 교리라는 게 있는지요새는 이혼도 많은데 이 결혼은 얼마나 지속될까? 아니, 내가 왜 이들의 결혼식에 대해 걱정하고 있나? 미사 중에 나도 모르게 자꾸 화살기도를 쏘고 있었다. “주님, 제시카와 리챠드가 평생 해로하게 해 주세요.”

 

오늘의 기도를 성체 앞에서 바친 후 새 신랑 신부를 위해 묵주 기도 한 단을 더 바쳤다. 마침 올갠 연주자가 바하의 칸타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음악에 실려 내 기도가 천상 계단을 올라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기도하는 중 자꾸 제시카의 너무 높은 하이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