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 대축일

 

 

    오늘로서 이제 부활시기도 끝이 납니다. 내일부터는 연중시기가 시작되지요. 또 오늘은 교회의 생일입니다. 사도들이 성령을 받고 본격적으로 세상에 복음을 선포한 날이죠. 그래서 그리스도를 믿는 공동체가 형성된 것입니다. 오늘은 참으로 중요한 날입니다. 서로 축하해주면 좋겠네요.

 

    제1독서에서는 성령강림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령강림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줍니다. 불꽃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져 사람들 머리 위에 내렸다고 합니다. 저는 옛날에 혀모양의 불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사도행전을 읽으면서도 항상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성령이라고 말하면 항상 불꽃만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모양만 불꽃이고 혀들이 나타났다고 성서는 전하고 있습니다. 혀들이 나타났다는 것하고 불꽃이 나타났다는 것 하고는 의미가 다르게 전달됩니다.

 

    성령께서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나타났는데 그 모습이 다름 아닌 혀였습니다. 성령께서 사도들 위에 내리면서 사도들이 처음으로 성령으로 충만된 상태에서 했던 것은 각기 다른 언어로 된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각 나라의 사람들이 각기 자기 나라 말로 알아들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묵상하면서 구약의 바벨탑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의 오만으로 만들어지던 바벨탑이 언어의 혼란으로 더 이상 세우지 못하게 됩니다.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처음 형상으로 나타나서 이들에게 준 것은 언어의 일치였습니다. 모든 나라 사람들이 언어가 소통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일치. 이것이야말로 성령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신의 위치에 오르겠다는 교만은 분열을 낳았습니다. 성령께서 사도들 위에 내리면서 이루어진 것은 일치였습니다. 성령께서 머무시는 것과 머무시지 않는 것은 일치와 분열의 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이 공동체에 분열을 가져왔다면 그것은 성령의 이끄심에 따르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분열은 교만한 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큰소리 칠 때 발생하는 것이 분열입니다. 반대로 일치는 겸손한 자들이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서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양보하며 배려할 때, 그 공동체는 하나로 모이게 됩니다. 이것이 성령의 이끄심에 자신을 맡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내가 머문 자리에 분열이 오는가 아니면 일치가 오는가를 한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아무것도 오지 않는다구요? 분열도 일치도 아닌 그저 밋밋한 상태로만 있다구요? 그것은 서로 무관심할 때 생겨나는 현상입니다. 자기 일에 바빠서 남을 돌아볼 생각도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때, 자기와 맞지 않다고 말도 안하고 모른척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을 때, 나태해서 남에게 신경 쓰기조차 싫은 사람들이 많을 때, 그 공동체는 사랑이 없는 무관심의 공동체가 됩니다. 무관심의 공동체는 겉으로 분열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사랑으로 결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분열된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머문 자리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내가 일치의 중심에 설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으로 결합된 일치의 현장 중심에 내가 설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주간이 되시기 바랍니다.